책 리뷰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세인트 헬레나 2025. 2. 21. 10:47

                                   하인리힐 뵐

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평판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악평과 불명예, 수치, 굴욕, 최면손상을 피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카타리나 블룸의 아버지는 광부였으며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청소일을 다녔고,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도와야 했으며, 홀서빙과 가정부와 음식점 주방 일을 하다가 빌헤름 브러틀로을 알게 되어 결혼한다. 그러나 남편에 대한 혐오감과 실망을 극복하기 힘들어 반년 만에 이혼하고, 블로르나부부 집에서 공인 가정관리사(가정부)로 일한다. 카타리나는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낮은 환경에서 삶을 꾸려 나왔다. 블로르나 부부가 신용대출 보증을 서 주어서 강가의 우아한 아파트를 마련하였고, 1968년형 폴크스바겐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까지 서술한 글로만 보아도 카타리나가 얼마나 성실하고, 계획성 있게 생활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카타리나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낮 1215분경차이통신문퇴트게스 기자를 총으로 쐈다고 신고한다. 살인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서 자살과 살인은 같은 위치 있을 수 있으며, 자신이 지켜온 삶이 무너졌을 때 분노와 명예 또한 같은 높이에서 기울기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쓸 것이다.

  카타리나의 삶과 신문기자 퇴트게스의 연관성은 어쩌면 평생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타리나가 카니발 동안 작은 파티에 초대되어 루트비히 괴텐(강도, 살인, 은행강도 협의자)과 춤을 추었고,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시작된다. 경찰관들이 철저히 감시하던 중 루트비히가 달아나자, 커피와 하얀 빵을 한입 물고 있던 카타리나를 경찰서로 연행한다. 몰려든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와 무장한 경찰들의 엄호를 받는 장면을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지켜보았다. 카타리나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지만, 부끄럽고, 당혹스럽고, 머리가 헝클려지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조사서는 남자들의 치근거림이 신사들이 다정하게 대했다로 브로르나 부부가 선량했다는 표현을 나에게 친절한, 호의적인이었다는 교묘한 언어 차이로 수사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인다. 카타리나는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인 행위이며, 친절과 호의는 선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경찰들은 진실성 위에 흐릿한 허구를 그녀에게 덧입히려고 인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괴텐 사건에 1년 이상 매달려 온 경찰과 검찰은 단정하듯 “2년 동안 알고 지냈죠?” 젊은 이혼녀가 남자 친구 하나쯤 가지고 있다고 해도 흠이 아니며, 정절을 지킬 의무도 다정하게 대해 주면서 물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카타리나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당혹스러워, 할 말을 잃었고, 마음이 크게 상했다. 아파트 주민들 상대로 한 조사는 카타리나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이며, 그녀의 이미지는 차가운 인상과 깔끔하고 친절했으며, 직업은 사장의 비서나 백화점의 부서장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미용실 주인은 카타리나의 집으로 종종 한 신사 찾아오거나, 그녀가 신사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말한다. 미용실 남편은 그녀를 찾아오는 방문객을 젊은 건달로 묘사했다. 이웃들은 제각각 자기 생각과 상상을 유추하여 카타리나를 보았고, 혹은 한 발짝 더 나가 알 수 없는 반감과 질투심까지 합쳐서 내밀하게 떠다니는 소문으로 퍼졌다.

  카타리나의 소박한 취미는 TV가 없어 영화관에 자주 가는 것과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그녀가 즐기는 것은 라디오를 켜고 빗속을 달리는 것과 줄지어 늘어진 가로수 보면서, 가끔 네덜란드나 벨기엘 까지 가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즐겼던 드라이브는 루트비히와 만나는 접속 장소로 변질하였고, 반지를 준 신사의 명예를 지켜 주기 위해서 누구라고 밝힐 수 없었던 카타리나는 더욱더 곤경에 빠졌다. 빨갱이라고 이름 붙여진 블로르나 박사 부부만 카타리나를 변론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차이통신문2- “가정부 일하는 내연녀가 강도 루트비히가 도주하는 것을 도와주고 흔적을 없앴다.” “오래전부터 연루되어 있을 것이다.” 영리하고 이성적이라 표현한 블로르나의 표현을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 “확실히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라는 말로 만들어 냈다. 스물일곱 살 나이에 가정부가 어떻게 강변의 아파트와 고급 차를 소유하게 되겠냐?”“은행에서 강탈한 돈의 분배에 관여했나?” 등 차이통지는 계속 추적 보도를 예고한다.

카타리나의 낡은 수첩 기록은 우아한 강변의 삶를 위해서 아끼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있었지만, 수사과장은 폴크스바겐의 기름값과 높은 주행거리와 보랏빛 편지봉투에 담긴 다이아몬드가 박힌 루비 반지를 가지고 더 집요하게 수사한다.

금요일차이통신문 1: 카타리나를 엄청나게 큰 사진과 아주 굵은 활자들로 강도의 내연녀 카타리나 블룸이 신사들의 방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로 실린다.

  신사방문객은 블로르나의 오랜 절친 슈트로입레더(정계, 재계, 학계 알려져 영화배우처럼 유명함)로 파티나 모임이 있던 날이면, 차가 없던 시절 그녀를 가끔 아파트까지 태워다주면서 은밀한 관계를 요구하며, 꽃과 선물과 별장열쇠를 강제로 건넸다. 카타리나는 신사방문객에 관해 이야기할 경우 슈트로입레더의 부인과 가족, 친구 사회적 평판 등이 걷잡을 수 없이 파생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유명한 여배우도 아니고 지위 낮은 가정부가 만남을 거절 사실과 남·여 관계의 비틀어진 추론은 한 번도 입맞춤이 없었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을 알았다.

  많은 신문 기자들은 경쟁하듯, 중병을 앓고 있는 카타리나의 어머니까지 찾아냈다. 그녀의 어머니는 오래전에 발길을 끊은 딸의 사건을 직면하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체념처럼 중얼거렸고, 교도소에 있는 남동생과 어릴 적 사망한 아버지까지 공산당원으로 살려내 등장시켰다. 전남편 또한 이러한 사건을 듣고, 그녀는 소박한 행복에 만족할 수 없는 여자였다고 말하며, 과격한 성격과 교회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하나님이 아이를 주지 않을 것을 감사한다고 말한다. 고대 문헌학자 히페르츠(카타리나는 3년 전부터 시간제 가정부로 일함)과격한 한 사람이 우리를 감쪽같이 속였다고.” 인터뷰했다. 이 모든 불행의 책임을 카타리나의 가족과 그녀를 본질적으로 부도덕 사람으로 설명했다. 한때 카타리나가 애정을 쏟고 다정했던 사람들은 그녀와 관계되었던 과거를 부정함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나 응어리져 있었던 감정에, 자신들의 지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합리화했다. 신문의 기사는 카타리나의 삶을 파헤쳐 놓는 것을 넘어, 분노와 수치심과 격분과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토요일 아침 차이통신문 : 살인범 약혼녀 여전히 완강! 루트비히 괴텐의 소재에 대한 언급 회피! 경찰 초비상!으로 신문을 장식했다.

  축제의 밤 루트비히는 자신이 탈영병이며 외국으로 내빼는 중이고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성을 알지 못한 카타리나는 침실에 걸어 두었던 난방, 환기, 배관, 전기배선 등이 표시가 된 알록달록한 추상화와 같은 아파트 설계도면과 비상탈출구를 단지 재미있어하며 설명했다. 카타리나가 잠에서 깨기 전 쫓기던 도망자 루트비히는 사라지고 없었다.도망 중이던 루트비히가 전화를 걸어와 그녀와 한차례 통화가 있었다. 부당한 수사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인간적 배려심을 가진 카타리나와 루트비히가 하룻밤 사이이며, 댄스파티에서 가진 호감이 전부였다는 것을, 이미 목요일 밤에 경찰은 도청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은 은행강도 사건에 연계된 다섯 명의 공범을 수색 체포하였으며, 슈트로입레더 별장정원에서 경찰의 총에 부상을 한 채 루트비히가 잡히고 사건은 종결된다. 그러나 루트비히가 은행강도가 아니고 군인 급여와 적립금, 장부위조, 무기절도 등을 한 범죄자이며, 카타리나의 친척도 약혼한 사이도, 아무 관계가 아니었음을 신문도, 법원도 충분히 공표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 차이통신문1: 루트비히을 별장에 숨겼던 다정한 여인으로, 영성체를 받는 카타리나의 사진, 상병으로 귀향하는 아버지의 사진, 블로르나 부부의 저택까지. 9쪽으로 연재한 스토리는 더 풍부해졌고, 어머니의 죽음 앞에 카타리나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하면서 병원 사진도 실렸다. 처음으로 그자를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죽여버리겠다는 생각과 살인 행위는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카타리나가 퇴트게스 기자와 인터뷰를 고집한 이유는 그자가 어떤 인간이고, 행동거지가 어떠하며, 말하고, 마시고, 춤을 추면서, 자신의 삶을 파괴한 사람인지 궁금해서다. 불쾌하게 굴면은 인터뷰하지 않고 돌아올 작정이었다. 술집에서 한 시간 반을 기다렸으나 그가 오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12시가 되는 시간에 초인종이 올렸고, 직감적으로 카타리나는 자신을 찾아온 자가 퇴트게스라는 걸 알았으며,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어 손에 쉽게 잡히도록 핸드백에 넣어 두었다. 귀엽다고 할 만한 모습을 띤 추잡한 퇴스게스는 어이 귀여운 블룸 양 이제 우리 둘이 뭐 하지?” 하며 거실로 피하는 블름을 따라 들어와서는 왜 날 그렇게 넋 놓고 보는 거지?” “나의 귀여운 블룸양 우리 일단 섹스나 한탕 하는 게 어떨까?”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그사이 핸드백은 가까이 있었고, 카타리나는 권총을 빼 들고 탕탕 그를 향해 쏘았다.

어머니의 죽음과 삶, 불평이 많았던 아버지, 늘 돈을 요구한 남동생, 해결할 일을 미루는 전남편 등 고통스럽고 저주받은 삶이 계속 이어지는 이 불행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 때문일까? 교회에 앉아서 자신도 알 수 없는 답을 끝없이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닐 거야일상의 모든 것을 억압하고 인내하면서 살아온 삶의 결과에 대해.

퇴트게스의 죽음은 반성과 후회와 죄책감을 모르는- 인간이길 거부하는 사람의 응당한 대가다. 간혹 이렇게 뻔뻔스러운 인간 실격에 가까운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으며, 이러한 사람은 자기가 만든 죄에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4220일 수요일부터 ~24일 닷새간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1974년 쓰인 소설로 부제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말해주듯 언론의 폭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끝없는 언론의 횡포가 날마다 더 크게 생성되어 괴텐 사건의 허구를 흡입하게 만들면서 카타리나의 모든 삶을 산산조각 냈고, 그녀 주변인들 울타리까지 허물어지게 만든다. 이러한 사건은 현대사회에 더욱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빠른 속도만큼 사건과 뉴스가 전 세계로 실시간 방송된다. 그래서 쏟아지는 미디어의 홍수는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더욱 모호해졌고, 끝없이 상업성을 목적으로 생산된다. 집약적인 우리나라(좁은 땅과 밀집된 도시인구)는 유교 관과 도덕관념이 높고 엄격한 편이다. 높은 수준의 도덕이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지만,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관점에서 꼭 좋은 사회는 아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거짓으로 생산된 남을 향한 비난성 댓글과 허구를 기반으로 한 뉴스다. 이러한 가짜 소문에 침해당한 사람들이 지키지 못한 자신의 명예 때문에 삶이 망가져 버리거나, 죽음을 택한 소식을 들으면 정말 안타깝다. 그래서 비판과 비난을 올바르게 표현해야 한다.

🤩작가 하인리히 뵐은 197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보통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응어리져 있는 깊은 슬픔을 묘사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들 사이의 신뢰회복을 과제로 삼았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4년 주간지에 연재되었다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영화로도 개봉되었으며, 학생들의 교양서적으로 자주 읽힌다.

🤩이 책은 화자가 조사한 자료와 여러 증인의 진술들을 토대로 살인 사건을 재구성하는 보고하는 형식이다. 중간중간 사건 이전의 이야기와 화자의 목소리까지 끼어들어 독자가 읽기 매우 까다로운 책이다. 나 또한 두 번 정독하여 읽은 책이다. 읽고 나면 진실과 거짓 그리고 내 머리의 상상에서 나오는 폭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내가 썼던 조그만 댓글의 표현방법에 신중하게 된다.

🤩비난 :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

   비판 :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