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 아래서 읽는 4월의 책
●콜레라시대의 사랑1,2
지은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출: 민음사
첫사랑은 멈춰버리고 세월은 늙어 갑니다. 첫사랑(페르미나 다사)을 찾기 위한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열망은 도시 곳곳에서 사랑을 하고, 사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랑한 수많은 여자들이 아리사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콜레라시대에 전염병처럼 사랑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사람들의 사랑이기도 합니다. 늙음. 늙어가는 육체처럼 사랑도 늙어야 되는데, 첫사랑의 시작처럼 사랑 늙어가지 않습니다. 콜레라처럼 왔던 첫사랑을 늙게 할 수 있는 일은 죽음뿐입니다.
이 책 또한 저자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처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이며, 마술적입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지리적 특징(콜롬비아는 육지의 갈라파고스이며, 동식물이 다양하다.)카리브해연안의 배경과 다양한 혼혈적 특색과 정치적 현실과 사회적 문제들이 콜레라로 죽었지만 목에 총구멍이 있는 현실이 마술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빨간 밑줄을 그어야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문장이 얼마나 아름답고 현란한지! 2편 중반을 읽고 있습니다.
첫사랑의 달콤함이 느껴지는 봄날 읽기 좋은 책.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
조영래변호사를 추모하는 모임 엮음. 출: 창작과비평사
이 책은 1985년부터 –1990년도 까지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을 논설, 칼럼, 변론문과 개인적인 편지와 일기, 시들이 조영래 삶을 기리기 위해서 엮어져 있습니다.
글씨가 너무 작고 빽빽하고 논설이나 변론문이 많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나 법, 현대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책모임에서 부천 성고문 사건만 가지고 2시간 토론을 했습니다. 권인숙양이 공장에 취업을 하게 되고 노동운동을 하기위한 위장취업이라 하여 성고문을 당해야만 했던 1986년6월에 일어난 일이다. 권인숙양이 자신의 사건을 개인적인 부끄러움으로 치부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조영래변호사의 사회적 인식을 통하여 새로운 현대사의 시발점이 된 굉장한 일입니다. 이 사건으로 166명의 변호인단이 재정신청을 했고, 한겨레신문 (국민이 신문사)를 만드는 일이 생깁니다.
1980년대에 일어난 전태일의 죽음과 각종 사건들은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고 실천문학이 탄생하며 시인들은 현실의 부당함을 시로 쓰기도 합니다. 고은시인: 화살, 김수영시인: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흐르는가? 오윤 작가 민중판화, 민중예술이 등장하고 김민기 안차환등이 부르는 민중의 노래가 등장하여 더디게 오는 민주화의 열망을 앞당기는 계기가 됩니다. 1961년도에 태어나 그 시대를 살았지만 불과 30년 전의 우리나라의 현실 이였다는 사실을 느껴지지 않는 사건들이 많으며, 현재의 풍요로움은 그 시절 누군가의 피나는 쟁취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악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선량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징비록
저자: 서애 유성룡 출: 돋을새김
징비록은 임진왜란 관련 자료 가운데 가장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저작물로서 국보 132호로 지정 되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기록한 문학 작품이다.
유성룡은 내가 그 잘못을 뉘우치려 경계하여 나무라고 훗날 환난이 없도록 삼가고 조심하기 위해서 징비록을 집필한 까닭을 말하고 있다.
아직 앞장 몇 쪽만 읽어봤지만 역사적 사실인 만큼 많을 것을 알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칼의 노래, 여해 이순신’에 대한 사실적 접근에 깊이를 더해 줄 것 같다. (책모임 같이 읽는 4월의 책)
●분노의 포도 1,2
저자: 존 스타인백 출: 민음사
구입 후 아직 읽지 못했다. 책이 두꺼운 관계로 한 달반 정도의 시간을 소요할 것 같다.
이 책을 꼭 읽어야 되는 이유는 슬픈 기억과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46년 전 꽃다운 나이로 군대에서 사망한 나의 오빠가 있다.
지금은 나의 자식보다 더 젊은 열여덟이라는 나이로 오십살 넘은 여인네가 오빠라라고 부르는. 나의 오빠가 가난한 젊은시절 책상에 꽂아진 두 권의 책이 있었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분노의 포도였다. 농촌에 살았던 너무 가난한 시절의 삶이라 한푼 두푼 모아서 산 책 이거나 아니면 고등학교시절 누군가의 선물 이였을 것이다.
나는 유품처럼 이 책을 소중히 여겼고, 중, 고등학교시절 읽어보려고 했지만 글씨가 세로로 인쇄되어 있고, 두 단락 가로줄로 나눠진 작은 글씨와 두꺼운 페이지에 읽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언제가 꼭 한번 읽어야 된다는 의무감 또는 열여덟이라는 나이에 내 오빠가 읽고 느꼈던 사랑과 좌절과 희망은 무엇인지 느껴보고 지금은 존재의 의미가 망각의 그림자로 있지만 아직도 사랑하는 나의 오빠를 느껴보고 싶어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 내내 남들과 다른 의미로 많은 것을 생각 했듯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평정을 잃을 수 있으나 오빠와 같은 시간, 오빠의 시간 속에서 오빠가 느껴 던 것, 고민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시간의 흐름은 달랐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아직도 문득문득 계속되는 1972년 죽음이라는 이별과 상실의 고통이 아닌 젊은 나의 오빠의 온기를 느껴보고 싶다. 문득 “오빠가 내 곁에 있었다면 아마 밤새도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분노의 포도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슬프다. 열세살 계집애에게 다시 슬픔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