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위한 책 읽기
여름날 책 읽기
세인트헬레나
여름 한낮 쏟아진 소낙비의 빗방울이 봉숭아꽃, 칸나, 글라디오스, 백일홍, 채송화 나팔꽃 사이로 툭툭 떨어져 물기가 채 가시기전 작은방문 열고 배 깐 채 여름한낮의 전경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유년의 시절이 생각납니다.
하늘엔 하얀 구름이 떠있고,
봉숭아꽃잎이 무료한 한낮의 친구인 냥 짓이겨 빨간 물이든 손가락을 바라보고,
이 짓 또한 심심하여 백일홍꽃 하나을 꺾어 꽃잎 하나하나 뜯어내다가 꽃심을 눌러보고,
소낙비에 씻어 내려간 흙마당이 물컹해진 곳을 슬리퍼 자극 남기며, 감나무 밑에 유난히 반짝거리는 감나무 잎을 주어 매끄러운 감촉을 느낀 뒤 노랗게 핀 붓꽃 잠시 바라보다, 살구나무에 붙어 울고 있는 매미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젓은 날개 때문에 날지 못한 걸 뚝 건드려 보면……. 맴맴 울던 울음 뚝 그치고 날아가는…….
뜨거운 태양 때문에 잠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 때문에 모든 일상들이 느리게 흘려 가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 좋기도 합니다.
20년 전 산 대나무자리에 누워 뜨거운 체온이 전해지면 허리를 돌려 모로 누워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한참을 읽다가 대나무 자리의 네모난 모양이 허벅지에 새겨질 때 다시 돌아누워 책을 며칠 봤더니 책 무게 때문인지 팔금치가 아파옵니다.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은 진화심리학입니다. 심리학이 실험을 통해서 얻은 통계수치을 일반화하는 과정이라면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밑단계 진화의 가설을 통해 진화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화를 고정시켜 인간의 심리마저 유전 전달되어 운반된다는 이 과정은 쌓이고 쌓아 우리 육체의 한부분이 DNA로 기억되었으며, 그 기억으로부터 인간의 행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진화심리가 얼마나 단단한지 책을 읽어가면서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행동들이 놀랍기도 합니다. 가설통한 실험이다 보니, 아니? 그럴까? 하는 실험결과에 긍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문화차이를 적용하는 문제에서 서양과 동양의 차이의 결과로 나타는 문화적 진화는 진화로 운반되는 결과마저 바꿔 놓였는가 모르지만 동양적인 문화관에 길들인 차이가 단지 동양과 서양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고정되어 버린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이 부분이입니다.
유산상속 (자식은 자원을 장래의 자식으로 전환한다는 가설) 에 따라 어머니가 아들보다는 딸에게 더 많은 상속을 한다는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상속자에게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 현재까지는 남자형제 보다 여자가 상속을 받을 확률은 10%로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루고 있는 핵가족 형태에서 여자자녀에게 유산상속 비율을 가정해 보더라도 40%가 넘어서는 일은 100년이 흐른 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뿌리 깊은 남아 선호사상과 장자선호가 유전자 운반 수단마저 바꿔버린 결과일까요? 아니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사고가 사회적 행동에 의식마저 지배당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이 가설의 연구 결과는 동, 서양 차이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론입니다.
『자식이 부모의 번식 성공을 위한 주요 운반수단으로 부모와 자식 간에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유전적 근연도가 50%로 부모에게 자식을 더 많이 보살피도록 선택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보모와 자식이 유전적으로 50%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부모와 자식은 자원을 이상적으로 배분하는 것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부모가 주고자 하는 것보다 자식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자원갈등은 특정 단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생애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다니…….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자궁 속에서 까지 어머니와 자식 간의 갈등이 일어난답니다.
어머니는 태아에게 자기 유전자 50%로를 주지만 태아는 자기 유전자와 아버지 유전자 50%를 받으며 자연선택은 어머니가 번식 결과에 더 큰 이득을 가져올 유전자에게 자원을 전달하도록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임신초기 수정란 중 초대 78% 착상에 실패하거나 자연 유산되는, 이런 일의 대부분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 때문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태아에 염색체 이상을 포착해 유산하는 적응이 진화한 것처럼 보며, 태어나더라도 일찍 죽을 가능성에 있는 아기에 대한 투자를 미리 막기 위해서며, 장래 자식에게 투입할 투자를 더 많이 보전할 수 있으며, 어머니에겐 이익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태아 입장에서 한번 밖에 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착상에 성공한 뒤 유산을 막으려고 무슨 일이든지 하려고 한답니다. 이 기능을 위해 진화한 것처럼 보이는 태아가 인간 융모성생식선 자극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태아가 만든 호르몬은 어머니의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가 어머니가 생리를 못 하도록 하는 효과을 내어 태아가 착상된 채 머물러 있게 도와 준다고 합니다.
일단 착상에 성공하면 어머니의 혈액을 통해 제공되는 영양분 공급을 놓고 새로운 갈들이 벌어지며 임신부작용으로 하나가 고혈압이며, 혈압이 너무 높아 신장에 해를 입힐 때 나타나는 증상 전자간증 의해 임신 초기에 태반 세포는 태아에게 공급하는 혈액의 양을 조절하는 어머니의 세동맥 근육을 파괴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머니의 다른 동맥을 수축하는 것은 혈압을 높이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은 혈액이 태아에게 흘러들어 간다고 합니다. 태아가 어머니에게 더 많은 양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각’하면 어머니의 혈액 속으로 동맥을 수축시키는 물질을 내보낸다고 합니다.』
정말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냥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 내 몸의 기능이라고 생각 하던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 그래! 분명한 해석 같은 느낌입니다.
조금은 그럴까? 라는 부분도 있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책읽기가 중반을 넘어 서고 있습니다. 또 한발자국 세상의 신비를 향하여 나아가는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저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는 책 중에 하나 일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읽게 될 책: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도정일 산문집이며,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산문집을 읽고 사 놓은 책입니다.
세 번째 읽게 될 책: 읽다가 조금 못 읽은 책들 : 카네기 인간관계론, 정치의 발견, 핀란드 경쟁력 등입니다.
책 읽기의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다 읽었다는 습관으로 인해 덜 읽은 책들은 ‘읽어야지’하는 생각으로 책꽂이에 바르게 꽂지 못하는 성격이 있어서…….ㅎㅎㅎㅎ
여름 내내 읽어도 다 읽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시간대는 되로 읽는 게 또 책 읽는 즐거움이라 생각하며, 점점 뜨거워지는 8월, 여름이 주는 선물의 시간, 쉬엄쉬엄 읽어야지요.
지금 새벽 다섯 시 반
도시 매미가 잠자는 시간을 잃은 듯 이 시간에도 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