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켄 키지-
환자 본인의 정체성까지 잃게 만드는 정신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가벼운 우울증부터, 뇌의 기능적·생화학적 작용으로 생겨나는 정신병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뇌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과거 역사 속 정신병 환자들은 악마와 귀신을 퇴치하기 위해서 미신적 치료를 받았고, 학대하고 방치했으며, 항우울증제와 신경안정제를 남용하고, 난폭성을 줄인다는 전기충격요법과 전두엽 절제술1)을 시행했었다. 현대 발전된 의학에서도 뇌 수술은 많은 위험성 따르고, 성공 비율이 낮아 실패하면 또 다른 장애를 가질 수 있다. 정신병원은 환자치료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한번 수용되면 병원의 허락 없이는 떠날 수도, 벗어날 수 없는 곳이었다.
이러한 곳에 랜들 패트릭 맥머피는 노동형을 선고받고 작업장에서 일하던 중 싸움질과 말썽을 부리다가 법정에서 정신병자란 판결을 받는다. 그는 교도소보다는 정신병원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정신상태를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스스로 뻐꾸기 둥지2)로 날아든다. 그러나 그가 맞이한 정신병 환자들은 공포가 서려 있고, 박제된 짐승처럼 묶여 있거나 영혼 없는 멍한 모습으로 철조망 울타리에 갇혀있었다.
환자 하딩은 사회에서 수치스럽게 여기는 습관으로 정신병에 걸렸다. 습관 자체 문제가 아니라 공포스러운 사회가 손가락을 들고 “부끄러운 줄 알아, 수치를 알라고” 외치는 소리를 느끼면서 병을 앓게 되었다. 또 다른 환자 피트는 선천적인 뇌 이상으로 태어날 때부터 죽은 목숨이었고, 오십오 년 동안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고 항변하지만, 평생 약을 먹고 정신병원에서 지낸다. 이처럼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천적으로 또는 사회적 압력을 이겨내지 못해 정신병을 가졌다.
사회적 덫에 걸려 정신병 환자가 수용된 이곳 수간호사 렛치드는 병동이 콤바인 기계처럼 정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참지 못한 성격으로, 적당한 증오심을 가진 흑인 삼총사를 직원으로 채용하여 감시용 로봇이 보고 있는 것처럼 모든 병동을 통제한다. 빨간 수면제를 과다복용 시킨 후 시간의 흐름 없이 잠들면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 부당함에 반항할 경우, 강제적으로 전기충격요법과 전두엽 절제술이 시행된다. 중환자실로 가는 것을 피하고자 모든 환자는 몸을 사렸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귀와 입을 닫아버린 추장의 아들이었던 브롬든 또한 하루 종일 병동을 청소하고, 순응하면서 병원 내 곳곳을 관찰한다.
수간호사는 공동체 치료 이론으로 일생 중 가장 나쁜 자신의 행위를 말하게 하고 그 부적절함을 지적함으로써 병이 치유된다는 발상이다. 밀고하는 것이 동지를 돕는 일이며, 오래 묵은 죄를 공개 석상에 내놓으면 그 죄가 깨끗이 씻어지고, 자신과 친구들의 잠재의식 속에 비밀들을 찾아내도록 도와야 하며, 친구 사이에 비밀을 만들어 두어서는 안 된다는 등. 수간호사는 내면의 수치심을 이용하여 환자들을 더욱 병들게 만들고, 교활하게 굴복시킨다.
포로수용소처럼 관리의 대상이 된 환자들은 맥머피가 수간호사에게 굴복하지 않는 행동을 보면서, 자율성을 조금씩 가지게 되는 변화가 생겨난다. 환자들은 병동 생활의 문제를 제기하고 회의를 통해 개선 한다. 그러나 월드시리즈를 보기 원했던 TV 시청은 허용되지 않는다. 환자들이 모여서 까만 화면의 TV를 응시하면서도 선명한 화면으로 야구 경기를 보는 것 같은 모습에, 수간호사는 자신의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나 자립성이 높아지는 환자들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맥머피의 의견으로 외출 허가를 받아 연어를 낚으러 바다로 떠나는 날, 수간호사는 그들이 낚시에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스스로 자긍심을 얻고, 사회적 편견을 이겨낸 12명의 환자는 거대한 넙치를 잡아서 거친 풍랑을 헤치고 돌아온다. 하지만 여행 낚시에서 첫 여자 친구를 만들어 어머니로부터 분리를 시도한 빌리를 수간호사는 잔인하게 추궁하여 자살에 이르게 한다. 빌리의 죽음에 격분한 맥머피를 통제하기 위해 전기충격요법과 전두엽 절제 수술 시행하여 그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향상 빗자루를 들고 서 있던 브롬든은 맥머피가 심어준 용기를 이용하여 뻐꾹 둥지 위로 날아간다.
이와 같이 정신병원에서 행해지는 억압된 통제는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개인과 개인의 수직관계에서 또는 작은 단체, 그보다 더 큰 병원이나 회사, 커다란 국가에서도 일어나기도 한다. 통치자에 저항하는 맥머피의 자유의지와 편견 없이 정신병 환자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켄 키지의 살아 숨 쉬는 필체와 빛나는 작가 정신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정신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전두엽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신경 연결을 차단/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지 않음
2) 정신병원을 은어로 뻐꾸기 둥지라고 함.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한국에서도 1976년 극단 '사계'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이란 제목으로 각색을 거쳐 연극화되었고, 33년 만(2008년)에 무대에 재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