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출: 믿음사)
세인트헬레나
단편을 읽는 즐거움은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빠르면서도 깊은 완결성이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듯 한 느낌 때문이며, 한권 책속에 여러 작품으로 작가의 사상과 삶을 알 수 있다.
체호프의 단편 속 인물들은 인간적 나약함이 순응하는 선택을 하거나 죽음 또는 열린 결말로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갈등의 열정이 도덕성 선택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러시아의 가톨릭정교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살다보니 신과 인간적 욕망(죄)의 두려움, 믿음과 죽음등 신이 존재하는가? 안 하는가?라는 철학적 성찰로 이어져 이른바 종교적 신앙이 삶을 지배하여 주인공의 선택은 도덕과 양심이라는 틀 속에 갇히고 만다. 우리나라 단편의 경우 삶의 근원적 물음보다는 개인과 이웃의 갈등 속에서 인물 개개인의 특징이 전체적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성과 다른 것 같다.
체호프는 안개를 좋아한 것 같다. 안개에 대한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 이 또한 해안가에 살았던 경험적 관찰이며, 의사였던 체호프의 삶도 작품 속에 많이 투영되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정하지만 과학적 병에 대한 이해는 유행하던 전염병으로 인하여 누구보다 죽음 가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글속엔 종교적 믿음의 허무감으로 죽음으로 끝맺는다.
열편이 들어 있는 단편선속에 관리의 죽음, 베짱이(남편 드이모프), 티푸스(누이동생 카차), 주교는 죽음으로 종결된다.
의사인 직업은 질병에 대한 근본적 근원을 찾아 소설 속에 등장한다.
'티푸스' (우리나라 말로 열병)는 고열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며 의식의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현실과 환상을 통하여 삶과 죽음의 고통을 대비시켜 놓은 작품이다. 클리모프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살아있음을 충족시키려는 순간에 사랑하는 동생 카차가 자신을 간호하다. 디프테리아에 감염되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심장이 찌그러지는 고통속에서 병의 회복기에 들어선 동물적 기쁨을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성을 그리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단편 '거울'은 무의식의 꿈을 다루고 있다. 시집갈 꿈만 꾸는 넬리에게 남편이 아프고 아이들이 독감, 성홍열, 디프테리아 등 끝없는 걱정으로 삶을 짓눌려 오는 꿈은 현실과는 먼 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그 꿈 깬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거울 뒷면은 현실에 존재하는 거울과 달리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누구나 꿈속에서 한번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불안감을 거울의 뒷면 같은 꿈속에서 만나고 깨어난 일이 있을 것이다. 꿈의 불가사의한 기록을 현실에 대입한 이 소설은 의사로서 그가 탐험하고자한 인간의 뇌(정신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4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소설은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용서 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의 선택이 질병과 윤리의 문턱을 넘지는 못하지만 진실한 삶을 향하여 나가고 있다.
(소개하지 못한 제목: 공포, 드라마, 미녀, 베로치카, 내기가 있다. 단편은 단숨에 읽는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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