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를 읽고

세인트 헬레나 2017. 6. 25. 16:23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 분 전까지 악을 쓰다)

                                                                                                                           

                                                                                                                      김연자 자전 에세이 출판사 : 삼인

                                                                                                      세인트 헬레나



 저자 김연자는 한국전쟁이 나던 해 거문도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고 있었다. 이 조그마한 섬에도 전쟁의 힘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기 충분했다. 헌병 대장이 된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고 친척과 국군의 겁탈이 있었지만, 여수여고를 졸업한 저자는 서울신문사에서 잠깐 기자 생활도 했다. 그러나 혼란한 사회는 가난한 여성에게 더욱 냉혹했으며, 많은 남자는 여성의 성을 착취 대상으로만 여겼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는 사회에서 저자는 버스안내양과 구두닦이로 연명했지만 삶은 늘 위태로웠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공짜 밥과 미용기술을 가르쳐 준다 하여 자발적으로 찾았던 서울시립부녀보호소는 성매매 여성들이 잡혀 와 강제로 수용한 곳이었다.
저자는 억압과 탈법이 행해지는 보호소를 탈출하지만, 미군 기지촌 일을 하게 된다. 기지촌에서 일하는 여성은 4,000명쯤 되었고, 윤락이 금지된 대한민국은 미군을 위해 임균, 결핵 검진을 하며 관리한다. 미군 7사단 소속이 야전 훈련을 나가면 포주들은 여자들을 훈련하는 곳까지 보냈다. 미국 정부의 철군 정책으로 7사단이 떠났고 저자는 송탄에서 일하다 군산까지 오게 된다.
 군산의 아메리카 타운은 무법천지였다. 미군 그들은 그녀들의 애인을 잔인하게 죄의식 없이 죽였으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녀들은 살해당하고, 자살하고, 사고와 질병과 마약으로 죽어 나갔다.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법적 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팀스피리트 훈련( 1976년∼1993년까지 연례적인 한미 양국 군대의 연합군사훈련)에도 미군을 위해서 훈련지에 갔다.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그녀들에게  인권은 없었으며, 동맹군을 위해서 빠지지 않는 검진행위였다.
저자인 김연자는 버림받은 사회로부터 여성들을 착취하는 현실에 저항하고 자신들의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신앙의 힘으로 아메리카타운에 교회와 수양관을 지어 힘들게 혼자 사는 여성, 몸 아픈 여성, 일을 그만두고 싶은 여성, 새롭게 살아보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 혼혈아동 교육에도 힘썼다.
 이 책은 1950년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개인의 삶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풍요로워진 대한민국에서 기지촌 여성들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삶이라고 외면하기에는 전쟁의 그늘에서 그 누구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어느새 역사의 속으로 사라져버렸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의 상처를 읽으면서 얼룩진 그녀들의 역사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