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2를 읽고

세인트 헬레나 2014. 7. 29. 10:03

콜레라 시대의 사랑 1,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출 : 믿음사

세인트헬레나

 

이 소설은 첫 사랑과 세 개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세 개의 죽음은 질병(콜레라),전쟁과 늙음이다.

흰 동백꽃의 욕망이 소년, 소녀에서 늙은 육체까지 진행되는 사랑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콜레라라는 질병이 온 도시를 치명적인 죽음으로 물들인 것 같이 전쟁의 죽음 또한 끝없이 진행 되고, 사랑 때문에 미쳐 죽는 죽음은 도시 곳곳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그 사랑은 아리사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도시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콜레라와 전쟁, 사랑의 죽음이 치명적인 죽음이라면 늙음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다. “난 절대로 노인이 되지 않을 거야말하며 시간에 맞서 싸우다 예순 살이 되면 목숨을 끊겠다는 결정에 따르는 제레미아 드 생타무르의 죽음은 자신의 결정인지 운명의 결정인지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까지 밤의 축제가 생명의 열기로 휩싸인, 이 장면은 우리의 삶이 생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꼼짝도 하지 않고 기다리던 세월, 행운을 바라던 세월은 이미 지나갔지만, 수평선에는 상상의 질병이라는 헤아릴 수 없는 바다와 잠 못 이루는 새벽에 나오는 힘없는 오줌 줄기, 저물녘마다 겪는 죽음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때 자신의 동맹자이자 맹세한 공범자였던 하루의 모든 순간이 이제는 자기에 대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에 따라 나이 먹어가는 사랑과 늙어가는 사랑은 그 어느 소설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늙은 사랑을 표현하고 있으며, 피할 수 없는 늙음의 시간을 직시한 현실은 비참하지만 아름답다. 마르케스 나이 55세에 쓴 소설이라 그런지 늙어감에 대한 두려움과 늙음을 수용하는 늙은이의 삶을 뛰어나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젊은청춘들 보다는 늙어감의 시간 속에 있는 50대 이상 중년에게는 더 많은 감명을 줄 것 같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처럼 이 소설 또한 몽환적이고 사실적이며, 카리브 해의 아름다움이 마술적이고, 마르케스의 매혹적인 글들은 현란하기 까지 하다. 소설 속 죽음에 대한 마르케스의 표현은 마치 삶이 소풍이고 죽음이 꿈처럼 시적이지만 현실적이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사랑 때문에 죽는 죽음과 죽이는 죽임이 질병과 전쟁죽음과 유사하게 나타나는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조차 모호해져 버린다.

또한 이 책은 단편소설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단편적인 소설 기법으로 제작 되어서 책에서 나타내고자 한 시간의 흐름 속에 늙어가는 사랑의 특징을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고 본 영화는 콜롬비아의 특색을 잘 잡아낸 것 같았다.

 

공원에서 온 편지(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필경사의 거리에서 글을 모르는 연인들에게 공짜로 사랑의 편지를 써주면서 그 사랑을 선사하곤 했다.

어린아이 같이 아주 소심한 소녀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받은 못 견디게 매혹적인 편지에 대한 답장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풀로렌티노 아리사는 그 편지가 자신이 전날 오후에 써준 것임을 알았다. 그는 소년의 나이와 감정에 걸맞게 다른 문체로 그리고 그녀의 것과 비슷해 보이는 문체로 답장을 써주었다. 부탁하는 사람의 성격에 다라 각 경우에 맞는 필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기댈 곳 없는 이 가련한 소녀가 애인을 사랑하는 만큼 페르미나 다사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어떻게 답장을 했을까 상상하면서 그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틀 후 그는 첫 번째 편지에서 그녀의 애인에게 써주었던 필체와 문체와 사랑의 종류를 다시 사용하여 답장을 써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기 자신과 열렬한 편지 교환을 하게 되었다.

한 달도 되기 전에 두 사람은 각자 찾아왔는데, 남자는 편지로 청혼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했고, 소녀는 헌신적으로 답장을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결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첫 아이를 갖고 우연히 대화를 하다가 둘의 편지를 쓴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필경사의 거리에 찾아와 그에게 아이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비둘기를 키우는 아름다운 여인 (루이 게라)

 

그는 우연을 가장하여 올림피아 술래타의 집 앞을 지났고 울타리 위로 그녀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보았다.

비둘기 한 마리에 얼마죠?”

팔지 않아요.” 라고 대답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 마리를 가질 수 있죠?”

그녀는 비둘기들에게 계속 모이를 주면서

비둘기 여인이 소나기 속에서 어쩔 줄 모라 할 때 마차로 집에 데려다 주세요.”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그날 밤 올림피아 술래타가 보낸 감사의 선물을 들고 집에 도착했다. 그 선물은 발목에 금속 고리가 달린 전서구(傳書鳩) 한 마리였다.

다음 날 아름다운 비둘기 여인은 선물로 준 비둘기가 비둘기장에 돌아와 있는 것을 보고서 도망쳐 왔다고 생각했다.

비둘기를 잡아 자세히 살펴보니 고리에 종이쪽지가 둘둘 말려 있는 것을 발견 했다.

그것은 사랑의 맹세였다. 아리사가 글로 쓴 흔적을 남긴 것은 그때가 처음이고 신중을 기하느라 서명은 하지 않았다.

거리의 소년이 그 비둘기와 함께 그녀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다시는 날아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이 비둘기를 새장에 잘 가두어두고 문을 꼭 닫으라면서 비둘기를 되돌려주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전해 주었다.”

그는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비둘기 부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다시 쪽지를 보낼 수 있도록 그 비둘기를 다시 보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토요일 아침 아리 사는 심사숙고한 끝에 서명하지 않은 다른 편지를 매달아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오후에 그 아이가 새장에 그 비둘기를 담아 다시 가져왔다.

그저께는 예의상 돌려보냈고 이번에는 불쌍해서 돌려보냈고 한번만 더 비둘기가 날아오면 정말로 다시는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아리사는 늦은 시간까지 비둘기와 어울려 놀다가 발목의 고리에 쪽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쪽지에는 서명 없는 편지는 받지 않아요.”라는 단 한 줄의 글이 쓰여 있었다.

사랑의 모험에 절정에 이른 아리사는 미칠 듯한 심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다음날 사랑의 쪽지와 함께 붉고 가장 향기로운 장미 한 송이를 매달아 비둘기를 보낸다.

석 달간 그녀를 쫒아 다녔지만 난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라는 똑 같은 대답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절대로 얼굴을 보이지 않은 연인. 가장 사랑에 굶주려 있으면서도 가장 사랑에 인색한 연인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원하는 연인.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에 지나간 흔적을 남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연인이자 숨어서 먹이를 노리던 이 사냥꾼은 흥분한 마음에 서명한 편지와 멋진 선물을 들고 비둘기 여인의 집을 경솔하게 배회하는 일도 있었다.

남편이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고 시장에 나가 있는 것도 아닐 때에도 그런 행동을 했다. 첫사랑 이후 심장에 화살이 꽂힌 느낌을 받았다.

육 개월이 지나자 마침내 두 사람은 하천선의 선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정말 멋진 오후 올림피아 술래타는 기쁨이 넘치는 사랑을 지니고 있었고, 그녀는 벌거벗은 채 천천히 움직이면서 휴식을 취하길 좋아 했는데, 그 모습은 사랑 그 자체만큼이나 사랑스러웠다.

선실의 모든 가구가 치워진 채 반 정도 도색이 되어 있었는데, 데레빈유 냄새는 행복했던 오후 기억과 함께 엉뚱한 영감을 받은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갑자기 침대에서 손 뻗어 빨간 페인트를 묻혀서 아리따운 비둘기 여인의 배에 붉은 핏빛의 화살을 그린 다음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썼다.

바로 그날 밤 술래타는 자기 배에 그 글자가 쓰여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남편 앞에서 옷을 벗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아무런 내색도 없이 있다가 그녀가 잠옷을 입는 동안 욕실로 가서 면도칼을 가져와 단칼에 그녀의 목을 베어버렸다.